결혼을 앞둔 신부들이 결혼 전 날까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나 지금 이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 ‘정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것은 이제는 비밀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류의 질문은 결혼 전의 신부들만 하는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황만 다르지 우리는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이런 질문들을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던지기 때문입니다.
교회 임직식을 준비할 때 전날까지 담임목사가 상담하는 내용 중에는 “제가 이 직분을 정말 받아도 될까요?”라든지, “저는 합당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요?” 같은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저 역시 목사안수를 받을 때 이 질문을 저에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내가 목사가 되도 될까?’ ‘내가 정말 이 직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이었습니다. 김남준 목사님의 저서 제목 중에 “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 라는 것이 있는데 그게 꼭 저에게 하는 질문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번민의 밤을 지나 정신없이 목사가 된 후에는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목사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자신을 하나씩 더 확실하게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도사 때는 멋모르게 해대던 설교가 점점 만만치 않아지고, 학교에서 배운 건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소중해 했던 내 이상과 비전은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과 상상을 뛰어넘는 성도들의 필요 앞에서 현실이 되어지지 못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당연히 미래가 그렇게 밝아 보이거나 기대되지도 않았습니다. 청소년기를 괴롭혔던 우울증이 다시 제 안에 부흥의 전기를 맞을 뻔 했습니다.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정말 되는 게 없는 놈이야. 내가 무슨 목회를 한다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발견하게 되었던 것은 그 부족한 종에게서 시선과 관심을 놓지 않으시는 우리 주님과 그런 목회자를 기다려주고 있는 성도들이었습니다.
내 가족들이야 어쨌든 날 응원하고 기도해주고 관심을 가져준다고 하더라도, 사실 번민에 싸여 성장통을 앓고 있는 목회자를 기다려주는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고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도 갑작스럽고 기적적인 성장이나 변화는 없었습니다. 단지 어제 보다는 오늘이 조금 나아지고, 한 달 전 보다는 이번 달이 좀 낫고, 일 년 전보다는 올해를 훨씬 잘 선방했고 … 이런 일이 이십여 년이 지나게 됐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고민하고 후회하던 시간에 오히려 더 노력하고 확신을 가지고 달려갔다면 더 멀리, 더 많이 갔을텐데’ 라고 말입니다. 신부들이 결혼 선택을 번민하던 시간에, ‘어떻게 이 신혼을 아름답게, 이 결혼을 행복하게 영위할까?’를 고민했다면, 임직 예정자들이 임직의 부담감에 휘청거릴 시간에 오히려 ‘이 직분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까?’를 고민했다면, 아마 더 행복한 결혼식의 신부와 탁월한 임직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누군가 시간을 그 사람의 연령대에 비례하여 지나간다 했습니다. 10대는 10km로, 20대는 20km로, 30대는 30km로 그 지나가는 시간의 속도를 느낀다고 합니다. 그러니 5,60대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 유익이 없는 후회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에베소서 5:16절은 “세월을 아끼라” 했습니다. 이제 새롭게 맞은 2015년은 염려와 후회보다는 기대와 확신으로 시간을 아낄 줄 아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배동훈 목사
육본교회 신우담당 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