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방인 동방 박사의 현현 경배
동방 박사 역시 현현한 예수 앞에서 경배를 하였지만 마태복음에 언급된 다른 현현의 경배와 일단의 상이한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마태가 언급한 현현의 경배 자들은 마태공동체의 내부 인물이거나 팔레스타인 거주민 이었다. 반면에 동방박사는 이방인 지역 출신으로 팔레스타인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마태는 이방인 지역에서 온 동방 박사의 예수 경배를 신적 현현 경배로 설정했는가?
동방 박사는 신적 계시를 따라 동쪽에서 별을 보고 예수가 있는 예루살렘을 방문하였다(2:9). 동방 박사는 여행의 목적인 예수를 찾았고, 무릎을 꿇어 머리를 조아린 자세로 경배하며 예물을 드렸다(2:11). 본 구절은 보편적으로 마태의 선택적 기준에 의해 편집되었다는 학설로 인정받고 있다. 포엘은 동방 박사의 아기 예수 경배에 묘사된 신적 현현은 누구를 경배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마태공동체 구성원에게 분명하게 제기하려는 동시에 이방인도 경배자라는 신학적 의도가 담겨있다고 주장하였다.
동방박사가 가져온 예물 가운데 유향과 몰약은 팔레스타인 지역 사람들이 동쪽에 있는 지역에서 수입하는 물품이었다. 당시 사회는 유향을 신성한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었다(출 3:34-38). 교회 전통적 해석에 따르면, 유향은 예수가 하나님임을 상징한다(cf. Irenaeus, Adv. haer. 3.9.2; Clement of Alexandria, Paed. 2.8.63). 더욱이 유향은 종말론 순례를 하는 열방이 유일하고 참된 하나님께 복종함을 의미한다. 구약 성서는 위대한 구속은 이방인 순례자들이 시온에서 나오는 것이며, 경배를 위해 예물을 드리는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마 8:11~12). 솔로몬 역시 이방인 여왕 세바의 방문을 받는 과정에서 예물을 함께 받았다(왕상 10:1~13). 따라서 예수에 대한 동방 박사의 경배는 모든 민족이 순례자로서 하나님을 경배한다는 구약의 개념을 마태가 암묵적으로 그의 복음서에 언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주지할 사실은 동방박사가 무릎을 꿇어 부복한 것은 유대교에서는 단지 하나님을 경배할 때만 취하는 자세였다(cf. Philo, Leg. Gai. 116; Mt 4:9~10; Acts 10:25~26). 그러나 Kenner는 동방 박사 서사에 언급된 구약의 부복과 방문 경배는 예수를 솔로몬 왕의 위대한 아들로 묘사하려는 마태의 신학적 목적이 가미 되었다고 보았다. 이 견해의 타당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구약에 언급된 이방인들이 하나님을 경배하거나 이스라엘 왕을 방문할 때 부복하고 예물을 드렸다는 것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현현의 경배를 상징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열방이 하나님께 나와서 하나님의 현현을 목도한 기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cf. 시 72:10; 사 60:6).
즉 구약에 언급된 대부분의 이방인 경배는 하나님의 현현을 목도한 경배였다. 따라서 동방 박사의 경배 서사는 구약에서 이방인이 하나님을 경배하기 위해 직접 방문한 것처럼 동방 박사도 이방인으로서 현현의 예수를 경배한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예수를 직접 방문하여 현현의 경배를 한 동방 박사는 구약에서 이방인이 하나님께 드린 경배의 연계선상에서 나온 마태의 신학적 의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동방 박사의 현현 경배는 구약 성서 이방인 경배의 유형과 동일하고, 마태는 그들 공동체의 이방인 수용의 정당성을 위해 현현의 경배를 동방 박사 서사에 적용한 것이다.
다시 한 번 확인하자면 마태가 사용한 경배의 유형은 특별한 신학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탄원의 경배는 경배자의 의존과 신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은 경배의 목적이 마태공동체 구성원의 신앙적 교육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화답의 경배는 하나님과 예수의 관계를 보여주려는 신학적 목적이 함의 되어 있다. 예수의 신적 능력은 하나님과의 관계성에서 나옴을 말한 화합의 경배 역시 마태공동체 구성원이 예수와 하나님을 동일시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현현의 경배는 예수를 경배의 대상으로 지각하는 것이다. 동방 박사의 현현 경배는 이방인 수용을 위한 신학적 의도가 담겨있다.
V 나가는 말
동방 박사의 경배 서사의 구조와 경배 유형에는 이방인 수용을 위한 마태공동체의 독특한 신학적 의도가 담겨 있음을 살펴보았다. 동방 박사에 대한 인종적 정체성은 여전히 모호한 면이 있지만, 마태의 신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의 인종적 정체성은 이방인이 분명함이 드러났다.
이방인 동방 박사는 마태복음 서사 전체 맥락에서 이방인의 지위와 마태공동체의 이방인 선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음도 자명한 사실이다. 마태의 구약 성서 인용인 아브라함의 자손과 이방인 여인의 언급은 마태공동체가 이방인을 수용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시각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반면에 동방 박사 경배 서사를 마태복음 서론에 위치시킨 것은 이방인 수용 의도를 직접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이방인이 마태공동체 구성원으로 들어올 수 있는 쉬운 길을 열어 놓은 마태의 이방인 수용 의도의 신학적 목적이 담긴 것이다.
이러한 마태의 이방인 수용 전략은 동방 박사의 경배를 통해서 보다 분명히 드러났다. 동방 박사의 신적 현현의 예수 경배는, 이방인 동방 박사가 경배 대상인 예수에게 직접 나옴으로 인하여 이방인이 마태공동체에 수용되어야 함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본 논문을 통해 동방 박사의 예수 경배 서사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조금이나마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본다.
신인철 교수
침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