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형상은 의와 진리와 거룩함(엡4:24)이고, 다른 동물들의 특성을 능가하는 모든 특성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영적 형상, 이성적 형상, 도덕적 형상이 모두 하나님의 형상이다. 또한 모세언약의 하나인 제6계명은 하나님이 살인을 금지시키고 있음을 명백히 한다. 살인은 인간 속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함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멸시킨다.
그러나 구약성경에는 어떤 경우에도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을 절대적 명령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 예로 민수기35:16-21에는 고의로 살인한 자들을 죽일 것을 명령하고 있다. 출애굽기 21:12-14, 레위기 24:17-21, 신명기 19:4-13은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이 지니는 의도와 한계를 보여준다.
구약시대의 히브리인들에게 우연한 살인, 정당한 살인, 전쟁에서의 살인, 그리고 사형은 살인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Peter Saunders는 “제6계명은 비합법적인 살인이나, 고의 또는 적으로 행해지는 살인을 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성경이 비합법적인 살인을 금한다고 할 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나님은 죄 없는 사람을 고의적으로 적의를 가지고 죽이는 것을 중요한 범죄로 보신다.
“거짓 일을 멀리하여 무죄한 자와 의로운 자를 죽이지 말라 나는 악인을 의롭다 하지 아니하겠노라(출23:7)
또한 하나님은 고의 또는 적의에 의한 살인을 행한 자를 위하여 도피성 제도를 마련하심으로써 이들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이는 살인자가 대제사장의 죽기까지 그 도피성에 유하였을 것임이라 대제사장의 죽은 후에는 그 살인자가 자기의 산업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느니라(민35:28)
이러한 구절들은 인간 자신이 죽음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죽일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성경에서 찾을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중에 거하는 자가 다 여화와의 것이로다’(시24:1)
마찬가지로 인간도 하나님께 속하였기 때문에, 인간 스스로 ‘죽음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역시 무리한 주장이다. 그렇다면 신약에서는 이상에서 말한 합법적인 살인이나, 고의적인 살인에 대한 가르침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구약과 달리 신약은 합법적인 살인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거룩한 전쟁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고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엡6:12)이기 때문이다. 고의의 살인과 관련해서도 예수는 그의 가르침을 통해서 살인에 관한 규정을 율법의 정신을 따라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옛 사람에게 말한바 살인치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나가라하는 자는 공회에 잡히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5:21-22)
이와 같이 ‘살인하지 말라’는 명령과 관련된 성경 본문들을 살펴볼 때 안락사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 그러므로 고통당하는 자를 그의 의도를 존중하여 목숨을 끊게 하거나, 직접적으로 고통당하는 자의 목숨을 끊는 것은 성경적으로 볼 때 불가능한 일이다.
3.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
인간이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누구라도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안락사를 시행하는 자들은 생명의 질을 강조하여, 안락사가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죽음은 죄로 인해 인간의 세계에 들어 온 어떤 것으로서, 죄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이라는 점을 성경은 지적한다(롬6:23, 5:21; 고전15:56; 약1:15). 성경은 이 죽음을 하나님의 진노의 표현(시90:7,11)과 심판(롬1:32)으로, 정죄(롬5:16)와 저주(갈3:13),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두려움과 공포로 채우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적 입장에서 죽음은 전혀 존엄할 수 없다. 왜냐하면 죽음은 죄로부터 연유된 것이며, 인간이 하나님을 대적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인간 자신에게 있다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인간의 생명을 창조하셨으므로, 그분만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며 상하게도 하고 낫게도 하나니 내 손에서 능히 건질 자 없도다”(신32:39) <계속>
김종걸 교수
침신대 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