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8, 19장에는, 여호와께서 두 사자와 함께 마므레 상수리나무 숲에 있는 아브라함을 찾아가셔서 사라의 출산을 예고하고 소돔 고모라의 재앙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기록되었다. 여호와께서는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고 죄악이 심히 무거워 직접 가서 확인하시겠다고 말했다(18:20~21).
아브라함은 롯과 죄 없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의인과 악인을 함께 멸하려 하시나이까” 하며 여호와께 매달려 소돔에 의인 50명, 45명, 30명, 20명, 10명이 있으면 멸망시키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다(18:22~33).
한편, 먼저 떠난 두 천사는 소돔성에 도착해서 마침 성문 앞에 앉아 있는 롯을 만나 그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잠자리에 들 무렵 소돔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서 집을 에워싸고, “오늘밤에 네게 온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이끌어 내라 우리가 그들을 상관하리라” 하고 롯을 위협했다(19:5).
롯은 그들을 달래다가, 남자를 모르는 두 딸을 줄 터이니 대신 손님들을 괴롭히지 말아달라고까지 간청했으나 무리들은 롯을 밀치고 문을 부수려고 했다. 그 때 천사들이 롯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무리들의 눈을 멀게 했다.
천사들은 롯에게 소돔성의 멸망이 임박했으니 권속을 데리고 속히 산으로 피신하라고 했으나, 롯이 가까운 마을로 피하게 해달라고 간청하자 후에 ‘소알’이라고 불린 작은 마을로 가도록 허락했다. 이튼 날 아침에 소돔 고모라는 유황불 속에 사라졌다.
이 일은 우리에게 몇 가지 생각할 문제를 준다: 여호와의 말씀을 심상히 여긴 사라의 경솔함, 조카와 의인들의 죽음을 막으려고 불경(不敬)의 위험을 무릅쓰고 하나님께 간청한 아브라함의 용기와 사랑, 생면부지의 나그네를 보호하기 위해 장성한 두 딸까지 내주려하고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천사를 대접해서 자신과 온 집안이 구원받은 롯의 친절과 희생정신, 천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 그리고 멸망을 재촉한 폭력과 남색(男色) 등이다.
‘상관하리라’(19:5)는 말의 히브리어는 ‘야다’인데, 흠정영역성경(KJV)은 이 말을 “we may know them”이라고 의역했으나, 새국제역성경(NIV)은 “we can have sex”로 직역했다. 안다든가 상관한다는 말은 성경 여러 곳에서 성관계를 가진다는 의미로 사용 되었다: “아담이 그의 아내 하와와 동침하매”(창4:1), “[다윗]왕이 잠자리는 같이하지 아니 하였더라”(왕상1:4) 등.
소돔 남자들이 여자를 외면하고 남자를 찾아 밤거리를 헤매고 다니며 행패를 부린 것을 보면 그 도시의 타락한 성(性)과 난폭함을 짐작할 만하다. 알다시피 소돔은 변태적 성행위를 통칭하는 ‘소도미’의 어원이 되었다. ‘소도미’는 우상숭배와 함께 하나님께서 혐오하시는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