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때는 크로노스가 아니라 카이로스라고 한다.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시간에 매이지 아니하시고 시간을 주관하시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신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는는 때가 하나님의 때인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때가 차매 예수님께서 오셨고, 때가 찼을 때 우리의 구원 역사가 이루어진다고 선포하였다. 하나님의 백성들도 새해를 맞이하기에 저절로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을 가져야 새해를 맞는 것이 됨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한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그동안의 게으름에 대해 독자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하며 새해 첫 주제를 “목회자의 사명”으로 잡았다. 목회자란 교회의 머리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따라 교회가 주어진 지역사회 속에서 교회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교회다운 교회, 참 교회를 성취하도록 교인들을 일깨우고 인도하는 지도자이다. 신약성경은 여러 교회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문제 많고 복잡한 교회가 고린도교회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이에 고린도서에 나타난 교회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목회론을 진술하고자 한다. 고린도전서 첫머리에 깃들어 있는 목회자의 사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목회자에게는 육에 속한 사람을 신령한 사람으로 바꾸는 사명이 있다(고전 2:14-15). “육에 속한 사람”은 불신자이다. 예수님을 믿지 아니함으로 죄 가운데 있고, 타락한 자연인 상태의 인간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고 하시면서,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라고 하셨다(요 3:3,6). 육에 속한 사람은 예수님 밖에 있는 사람으로서 구원받지 못한 죄인이다. 그들은 육체의 욕심을 따라 살며 하나님도 모르고 하나님을 알려고 하지도 않으며,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기독교 신앙에 무관심하며, 교회에 대해 반대한다. 목회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여 복음을 전하고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도록 권하여 신령한 사람이 되도록 지도해야 한다. 신령한 사람이란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은 거듭난 신자를 말한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할 때 예수님의 영 즉 성령님을 모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령한 사람은 내주하시는 성령님의 감화와 인도하심을 따라 신앙적인 삶을 살게 된다. “목회는 전도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기억하기 바란다. 새해에는 기존 신자들만이 아니라 구원받아야 할 사람들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목회를 더 많이 펼치도록 하자. 예수님은 우리에 든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가 되라고 당부하시지 않았는가.
둘째, 목회자에게는 육신에 속한 자를 온전한 자로 변화시켜야 할 사명이 있다(고전 3:1; 2:6). 육신에 속한 자는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았지만 신앙이 자라지 못하여 불신앙적인 요소를 털어내지 못하고 믿는 자라고 하지만 아직도 불신자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신자를 말한다. 성경은 그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어린 아이”라고 한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와 기독교의 문제는 영적인 어린아이들 때문에 생겨난다고 하겠다. 간편한 복음, 쉬운 신앙고백, 낮은 교회 문턱 등 그동안 교회성장주의에 의해 왜곡된 가르침으로 인하여 교회 내에 육신에 속한 영적인 어린 아이들이 많아 졌다. 목회자는 그들을 하나님의 진리로 먹이고 가르쳐서 온전한 신자로 성숙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온전한 자란 성인을 뜻하는 말로서,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난 사람을 의미한다. 교회에 나오다가 안 나오는 신자, 교회 안에 있지만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 신자로서의 능력있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 등 모두 육신에 속한 사람이다.
셋째, 목회자에게는 교인을 거룩한 성도가 되게 할 사명이 있다(고전 1:2). 사도 바울은 서신을 쓸 때 마다 수신자들을 “성도”라고 부르고 있다. 성도란 거룩한 무리로서, 문자적으로는 구별된 사람을 의미한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음으로 세상과는 구별되고, 세상의 가치관과 생활방식과는 다른 삶의 원리를 따라 사는 사람을 말한다.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다. 복음서에서 “제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서신서에서는 “성도”로 불리는 것 같다. 보통 예수님 믿고 교회 나오는 사람을 그냥 성도라고 부르는데, 그 호칭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거룩한 사람, 즉 구별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목회는 사람들을 성도로 세우는 과업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인들을 성도라고 불렀다. 성도일 수 없는 그들을 성도라고 부른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보라. 성도가 되라고 간곡하게 당부하는 그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목회자는 교인들이 성도가 되도록 격려하며 훈련하고 필요하면 꾸짖기도 하며 이끌고 가야 하는 사명이 있다. 새해에는 모든 교인들을 성도로 세우는 목회를 펼치도록 하자.
넷째, 목회자에게는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세울 사명이 있다(고전1:8). 모든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서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날이란 종말론적인 표현이다. 즉 개인적인 종말론적으로는 언젠가 이 땅에서의 삶을 마치는 날 모두가 예수님 앞에 나가게 될 텐데 그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며, 또 우주적 종말론적으로는 예수님 다시 오시는 재림의 날에 모든 사람들이 보좌 앞에 나가 선악간에 심판을 받게 될 날이 올 텐데 그 날에 책망 받을 것이 없어야 한다. 고린도교인들에게는 책망 받을 만한 일들이 많았다. 사도 바울은 그들을 경책하면서 그런 문제들로부터 벗어날 것을 촉구하였다. 목회자에게는 자신이 돌보는 양들이 그 날에 얼마나 책망할 것이 있는가에 따라 그 공과가 결정될 것이다. 다섯째, 목회자에게는 교회를 하나님의 성전으로, 하나님의 집으로 세울 사명이 있다(고전 3:9).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다. 새해에는 건물을 세우기보다 사람을 세우도록 하자.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목회자는 지혜로운 건축자가 되어 교인 하나 하나를 정성껏 세우고, 그들을 통해 교회를 탄탄하게 세워야 한다. 새해에는 교회가 더욱 짜임새 있고, 더욱 알차며, 더더욱 튼실하게 세워지도록 조심하며 목회를 펼치도록 하자. 목회자는 누구이며 뭐하는 사람인가? 필자는 고린도전서의 앞부분에 나타난 내용을 통해 목회자의 사명을 정리해보았다. 목회하면 목회자가 아니라, 목회자라야 목회할 수 있다. 목회자의 사명을 아는 사람이 그에 합당한 인격과 영력으로 목회를 펼칠 때 올바른 교회가 세워진다. 새해 좋은 목회자가 되어 좋은 목회를 힘차게 펼치기를 축원한다.
이명희 교수 /침신대 신학과(실천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