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과장님, 졸업시험이라 너무 긴장한 나머지 컨닝을 한 것 같으니 한번 실수는 병가상사(兵家常事)라고도 했으니 저들의 장래를 고려하셔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정 교수는 정색을 하면서 “한 전도사님, 학생회장이 되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시요! 졸업하면 목사가 될 사람들인데 어떻게 커닝으로 졸업시킨다면 목회현장에서 어떤 일이생길지 한 선생이 책임질 수 있어요. 그만 나가시요!”
쫓겨나오다가 가만히 생각하니 하필 엄격하신 학생과장 정진황 교수 시간에 5명이 부정시험에 걸렸단 말인가! 하루 동안 곰곰이 생각하다가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갈 때 흑판에 쓰인 5인 학생의 이름을 지워버렸다. 이튿날 흑판에는 이름을 지워버린 학생은 자진하여 학생과장실로 오라고 했다.
“학생과장님, 어제 제가 이름을 지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요!”겸손히 머리 숙여 사과의 인사를 했다. 돌이켜 보면 1954년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대구에 처음 개척한 하나뿐인 덕산동 반월당 침례교회 집사들이 진황이와 윤백이가 대전 신학교 예과에 처음 입학했다고 자랑스러워했는데 과연 여름방학에 내려와서 우리 고등학생들을 모아놓고 RA와 GA에 대해 특강을 해준 일이 있었다. 또 한남대학 4학년때는 정교수께서 편입하여 1년간 한 교실에서 그 어려운 섹스피어를 같이 공부하면서 내가 아는 대로 도와준 관계로 두터운 급우의 사귐도 있었다.
“정교수님, 커닝했더라도 개인적으로 부르시던지 쪽지로 연락하시지 않고 게시판에 써놓으니 비록 부정시험을 쳤으나 동료나 후배들에게 부끄러움이 될까 해서 지웠으니 저를 책망하시면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정교수님, 우리가 대학교 4학년때 졸업 논문같은 세미나를 제출했을 때 저는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r)교수의「사랑과 법(Love and Law)」을 읽고 세미나 논문을 학보에 실린 글을 보셨지요. 그런데 교수님이 구약을 가르치실 때 여호와 하나님은 제이의 기회(the second chance)밖에 없으시다고 요나서를 통해 분명히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5명이 졸업도 못하고 학칙에 따라 1년간 근신의 징계를 받으면 소명받아 여기 와서 함께 콩나물죽 먹고 그간 고생하며 공부했는데 더럽다고 뒤틀려 소명을 팽개치고 요나처럼 도망쳐 버리면 나중 책임을 그 누가 지겠습니까? 저들이 크게 뉘우치고 있으니 요나처럼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대신 5명을 불러 엄히 질책하고 재시험을 치도록 하고 그래서 성적이 나쁘면 1년간 재수업을 하도록 하시면 안되겠습니까?”
조용히 듣고 계시던 정 교수는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후 5인은 재시험에 합격하여 우리 같이 69졸업동기가 되었고 그 중 한 분이 소천했으나 모두가 그동안 목회도 잘 하였다.
하루는 급한 일이 있어 쌍방도로에 차량이 없어서 도로를 무단횡단하고 있는데 중안선에 올 때 갑자기 차가 나타나서 놀라 뛰면서 건너다 인도에 오르면서 구두발 끝에 걸려 넘어졌다. 오른쪽 무릎은 피가 안나게 찍혔으나 집에 와서 바지를 내려보니 무릎이 부어올랐고 부위의 속옷이 동그랗게 찢어나갔다. 그런 후 인도가 아닌 무단횡단은 늘 삼가하고 있다. 교통법규를 안 지킨 대가의 기억은 무릎을 볼 때마다 되살아난다.
오늘 우리의 세대는 예수님께서 예언하신 징조대로“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마24:12)고 하셨는데 불법에 범법, 무법천지가 되어가듯 준법정신은 사라져 가는 것 같다. 공공질서는 물론 사소한 일에나 대인관계 및 단체끼리의 대결과 갈등, 정치 판도에도 공공연히 민망스런 때가 자주 있다.
죄와 벌, 범죄와 심판, 법과 용서, 율법과 사랑, 은혜와 법, 사랑의 법 등등이 현실 사회에서 뇌아리친다.
지난 105차 총회를 보면서 개탄할 일들이 한 두가지 아니었다. 총회장이 사회하기가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웃음을 잃지 않고 여유롭게 잘 진행하고 은혜롭게 마무리 했었다. 연속으로 발언, 고성에 야유, 막말에 비방, 삿대질에 지나친 언사와 몸짓 충돌까지 보면서 하나님 앞에서나 총회 앞에서 율법으로 보면 책벌감이나 은혜의 사랑으로 덮어 넘어 갔지만 법을 따르자니 사랑이 울고 은혜를 따르자니 준법이 울었다. 저부터 가슴에 손을 얹고 자책하고 참회하는 바이다.
새로된 총회장은 정관과 규약을 따라 바르게 하겠다는 소신을 밝혔으니 우리 총회의 질서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고 민봉수 선교사 가족
1958년부터 1991년까지 미남침례교 한국 선교사로 뛰어나게 봉사하셨으나 겸손하고 사랑으로 헌신하신 고 민봉수(O. K. Bozeman) 선교사의 딸 Laura Bozman May 자매와 쌍둥이 두 조카가 부모님을 추모하여 평생을 헌신하신 한국 사역지 세 곳을 방문코저 10월 11일 입국하여 한 주간을 체재하오니 혹시 만나고픈 분이나 교회는 11~12일 서울, 13~14일 대전, 15~16일 대천으로 한명국 (010-5257-6943) 목사에게 전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명국 목사 / BWA전 부총재, 예사랑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