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한 시간보다 회의가 조금 늦어지자 사회를 맡은 회장이 청중에게, “죄송합니다. 시간이 지연 되어서요” 하고 사죄한다.
2) 음식점 안주인이 차를 나르는 종업원과 가볍게 몸이 부딪히자, “죄송해요” 하고 말한다.
3) 교통경찰이 과속차량을 길 한편으로 불러 세우고 운전자에게 다가가서, “사장님, 죄송합니다. 운전면허증을….” 하고 말한다.
4)경찰관이, 여자 친구의 얼굴에 염산을 뿌린 청년을 검거해 심문하면서, “왜 그러셨어요?”라고 묻는다.
죄송(罪悚)하다는 말은 큰 잘못이나 결례를 해서 송구스럽다는 의미이므로 위의 예문들과는 맞지 않는다.
회의가 좀 늦어진 것이 사회자가 사죄 할 일인가? 회의의 성격에 따라 사과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상적으로는, “시작이 늦어진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도가 맞을 것이다. 또 음식점 주인이 어린 종업원에게 무슨 “죄송”인가, “미안” 정도가 적절한 말이다. 교통경찰이 속도위반 차량을 불러 세우고 무슨 ‘사장님’이며, ‘죄송’인가? “귀하는 과속 운전을 했습니다. 면허증 제시 하세요” 해야 하며, 염산 투척 피의자에게는, “범행 이유가 무엇이오?” 하며 당당하게 심문해야 하는 것이다.
사죄, 사과, 미안의 정도를 가늠해서 손위 사람에게 큰 과오를 범했을 때는 “죄송합니다,” 그 아래는 “미안합니다,” 그리고 가벼운 사과는 ‘미안,’이나 ‘괜찮아요?’ 정도기 맞을 것이다.
병원에 가면, 간호사들이 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르니 누가 의사인지 누가 간호사인지 혼란스러운 때가 종종 있다.
‘선생님’ 대신 ‘김 간호사,’ ‘조 간호사’ 하고 부르면 듣기에도 좋고 환자들이 혼돈하지 않아서도 좋을 것이다. 간호사는 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존경받아 마땅한 직업이다. 그러나 간호사 고유의 임무가 환자를 치료하거나 치료를 보조하는 역할이므로 한문 표기에 ‘간호사(看護師)’라고 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辯護士)처럼 ‘看護士’라고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약사(藥師), 조련사(操鍊師), 요리사(料理師), 미용사(美容師)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홈런을 쳐서 승리를 이끌었는데 소감은?” “치열한 경쟁 끝에 당선 되셨는데 한 말씀?” 하고 묻는 말에 대부분 분별없이 “기분 좋습니다”하고 대답한다. 기분은 희로애락에 대한 마음의 상태이므로 그런 질문에는 기분 운운 할 것이 아니라, “참 기쁩니다”하고 원인을 짚어 대답해야 한다. 또 어린 선수가 홈런을 쳤지, 홈런을 치셨겠는가. 아무 데나 존칭을 붙여서 하시시고 그러시고 하는 것이나 큰일을 성취하고 기분 운운 하는 것은 말 한두 마디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권능’과 ‘권세’도 이와 같은 맥락. ‘권능’은 가진 능력이며 ‘권세’는 그것을 떨치는 것이다. 그래서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도 “권세를 받고”에서 “권능을 받고”로 수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