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단히 기분이 나쁘다.
오늘 같이 구름 낀 날도 있는가? 제발 이런 날이 없었으면 한다.
그것은 “목사양반들, 지금 뭘 하고 있소?”라는 탄식 섞인 소리가 뱃속에서부터 나오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런 힐책은 한국교회의 절대다수의 목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절대소수의 목사를 향한 것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 둔다.
첫째로 오늘 기분이 상했던 것은 내가 모 목사의 아들 결혼주례자 된 것으로 시작된다. 아비목사와 그의 아들 그리고 후보며느리가 결혼식 전에 주례자를 찾아뵙는 것까지는 좋았다.
네 사람이 커피 잔을 나누면서도 통 이상한 기류가 흐리고 있었다. 뭔가 안 통하는 데가 있는데. 그래서 아들에게 이리저리 영적 탐색을 하니 이제부터 교회 출석하겠다는 답이 나왔다.
목사의 아들이 교회 출석도 안하고 살았다고? 며느리감은 결혼하고 나면 교회 출석할 작정이라고? 며칠 후 결혼예배순서를 보내었더니 아드님께서 찬송, 기도, 성경봉독, 설교순서는 빼달라는 전갈이 아비목사를 통해 왔다.
그냥 주례사를 하되 결혼선포와 축복기도는 끝에 가서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목사는 자기와 아내가 자식을 잘못 키워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해 오기에 나는 앞으로 자식교육을 잘하라고 거의 명령하다시피 했다. 주례는 그대로 하기로 했었다. 왜냐하면 나 나름대로의 주례의 내용이 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아차산에 올라갔다가 하산하여 동네 미장원에 들렸다. 그냥 가끔 들린다.
벽에 “마음 다스리는 길”이란 제목으로 이런저런 마음 다스리는 항목을 적은 벽보가 붙어 있었다. 그 밑에는 불교 보문사 주지가 쓴 것이라고 했다.
미장원 원장은 시내 모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으로 아무리 바빠도 주일예배는 꼭꼭 드리고 오후엔 작업을 한다고 실토하는 여인. 이 벽보가 어찌 여기 붙어 있느냐고 물으니 그녀 曰 “너무 좋은 말씀이라서 사가지고 와서 붙였습니다.”
먹구름이 끼는 날의 순간이었다. 중의 글을 교인 집에 붙여 놓는다고?
세 번째로 구름 낀 날의 역사는 이렇다. 조금 더 내려오다가 모 교회 카페 들려 커피나 한잔 하자고 했는데, 주보가 있길래 들여다보니 천주교 이해인 수녀의 “감사의 기도”란 시를 주보 한 면에 굵게 박아 놓은 것이 아닌가?
이게 또 뭐야? 오늘 왜 이러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이 교회 담임목사는 표현이 대단히 좋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감사의 기도문을 시편이나 복음서에서 그다지도 찾지 못해서 복음도 없는 이단종파의 수녀의 기도를 주보에 싣는가.
그래서 오늘 같이 구름 낀 날에 나온 탄식이 “목사 양반들, 지금 뭘 하고 있소?”라는 것이었다. 양들이 염소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뭘 하고 있는지. 교회에는 구원교육도 없는가?
하다못해 절간의 중들도 매끼 밥을 공양 받을 때 “나는 이 밥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느냐?”고 참선 한다는데. “목사 양반들, 그대에게 제공된 밥과 그대에게 제공된 침대에게 부끄럽지 않는 목양을 했나요? 뭘 했기에 목사 주변이 그런가요.” 이래저래 오늘따라 구름 낀 날이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날을 만나지 말았으면 해 보지만. 글쎄다.
水流(수류) 권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