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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구름 낀 날도 있는가?

“하늘 붓 가는대로”-67

오늘은 대단히 기분이 나쁘다.

오늘 같이 구름 낀 날도 있는가? 제발 이런 날이 없었으면 한다.

그것은 목사양반들, 지금 뭘 하고 있소?”라는 탄식 섞인 소리가 뱃속에서부터 나오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런 힐책은 한국교회의 절대다수의 목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절대소수의 목사를 향한 것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 둔다.


첫째로 오늘 기분이 상했던 것은 내가 모 목사의 아들 결혼주례자 된 것으로 시작된다. 아비목사와 그의 아들 그리고 후보며느리가 결혼식 전에 주례자를 찾아뵙는 것까지는 좋았다.

네 사람이 커피 잔을 나누면서도 통 이상한 기류가 흐리고 있었다. 뭔가 안 통하는 데가 있는데. 그래서 아들에게 이리저리 영적 탐색을 하니 이제부터 교회 출석하겠다는 답이 나왔다.


목사의 아들이 교회 출석도 안하고 살았다고? 며느리감은 결혼하고 나면 교회 출석할 작정이라고? 며칠 후 결혼예배순서를 보내었더니 아드님께서 찬송, 기도, 성경봉독, 설교순서는 빼달라는 전갈이 아비목사를 통해 왔다.

그냥 주례사를 하되 결혼선포와 축복기도는 끝에 가서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목사는 자기와 아내가 자식을 잘못 키워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해 오기에 나는 앞으로 자식교육을 잘하라고 거의 명령하다시피 했다. 주례는 그대로 하기로 했었다. 왜냐하면 나 나름대로의 주례의 내용이 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아차산에 올라갔다가 하산하여 동네 미장원에 들렸다. 그냥 가끔 들린다.

벽에 마음 다스리는 길이란 제목으로 이런저런 마음 다스리는 항목을 적은 벽보가 붙어 있었다. 그 밑에는 불교 보문사 주지가 쓴 것이라고 했다.

미장원 원장은 시내 모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으로 아무리 바빠도 주일예배는 꼭꼭 드리고 오후엔 작업을 한다고 실토하는 여인. 이 벽보가 어찌 여기 붙어 있느냐고 물으니 그녀 너무 좋은 말씀이라서 사가지고 와서 붙였습니다.”


먹구름이 끼는 날의 순간이었다. 중의 글을 교인 집에 붙여 놓는다고?

세 번째로 구름 낀 날의 역사는 이렇다. 조금 더 내려오다가 모 교회 카페 들려 커피나 한잔 하자고 했는데, 주보가 있길래 들여다보니 천주교 이해인 수녀의 감사의 기도란 시를 주보 한 면에 굵게 박아 놓은 것이 아닌가?


이게 또 뭐야? 오늘 왜 이러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이 교회 담임목사는 표현이 대단히 좋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감사의 기도문을 시편이나 복음서에서 그다지도 찾지 못해서 복음도 없는 이단종파의 수녀의 기도를 주보에 싣는가.


그래서 오늘 같이 구름 낀 날에 나온 탄식이 목사 양반들, 지금 뭘 하고 있소?”라는 것이었다. 양들이 염소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뭘 하고 있는지. 교회에는 구원교육도 없는가?

하다못해 절간의 중들도 매끼 밥을 공양 받을 때 나는 이 밥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느냐?”고 참선 한다는데. “목사 양반들, 그대에게 제공된 밥과 그대에게 제공된 침대에게 부끄럽지 않는 목양을 했나요? 뭘 했기에 목사 주변이 그런가요.” 이래저래 오늘따라 구름 낀 날이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날을 만나지 말았으면 해 보지만. 글쎄다.

水流(수류) 권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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