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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Ⅰ)

한명국 목사의 회상록
한명국 목사 BWA전 부총재

한 목사님의 목회비결이 무엇인지 아세요?” “글쎄요.” “사모님이 목회를 돕고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오시면서 그걸 몰라요?” “잘 몰라요.” “우리들이 듣기로는 그러려니란 말로 전해 들었지요.” 엄 사모가 신태인교회의 초청을 받아 신앙간증을 한 뒤 조 목사님과의 대화에서 오간 내용의 한 토막이었다. 언젠가 군산교회, 전주시의 대흥교회, 소망교회 등에서 설교한 중에 나왔던 말이 목사님들 사이에서 흘러갔던 모양이리라 짐작된다. 서울교회 유치원 화재 사건에 밀려나지 아니하고 어떻게 수습하고 극복했는지 말씀해 달라고 초청되어 먼저 택사스 연합집회를 잘 마쳤더니, 샌프란시스코 연합회에서 또 어떻게 그 환란을 극복했는지 초청되어 첫날 저녁집회를 마치고 교회당 입구에서 인사를 좀 나눈 뒤 내려오는데 어떤 여 집사가 다가와서 잠깐 얘기를 하자고 해서 따라가니, “강사 목사님, 오늘 저녁 설교 중에 죽는다는 말을 15번이나 얘기했으니 15불을 내어주세요!” 당황하면서 왜 그러세요?” 했더니 우리교회에선 죽는다, 죽인다. 죽어라같은 말을 하면 한번에 1불씩 벌금을 받고 있어요했다. 강사에게 설교 중에 말 잘못했다고 벌금받는 이상한 교회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교회의 규정이라 그러려니순종하여 15불 벌금을 주었다. 조금 걸어 나오니 또 어떤 여자가 나아와서 강사님, 잠깐 봅시다해서 머물러 섰더니 그 여 집사도 똑같은 말을 하고 20불을 내라고 했다. “자매님, 저쪽에서 금방 15불 벌금을 내고 나오는데 또 받으려고 하시니 강사의 말씀에 꼬리를 잡아서 벌금을 두 번이나 이렇게 받으시면 되겠어요 확인해 보세요.”라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바라보고(12:2) 부활의 소망으로 3년간 그 어려운 환란을 극복했다고 많이 강조하고, 목사가 죽으니 교회가 살고, 개인이나 가정에서, 교회 및 사회에서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죽고 또 죽어야 다시 살린다고 강조한 것이 죄가 되어 벌금을 내었으니 세상에 설교하고 벌금 내보기는 처음이구나!’ 여하튼 뒤돌아보니 주님을 대하여는 십자가로!” 지난 50년이 넘는 목회를 했고 사람을 대하여는 그러려니로 오늘에 이르렀다고 확신해본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DNA가 모두 다른 것처럼 천성(天性)도 인성(人性)도 춘하추동의 천태만상처럼 전부 다르다. 피형에서 사인사색으로 A, B, O, AB형으로 다르고 기질도 담즙질, 신경질, 다혈질, 점액질로 다르다.

예부터 18세가 되면 남자가 상투를 맨 것은 성인이 되었다는 표시인데 곧 인격의 형성이 되었으므로 그 이상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아무리 더 이상 많이 배우고 수련을 한다 해도 천성과 인성은 물론 인격의 변화가 적다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사람이 큰 충격과 극한의 시련이나 불가사의의 사건으로 변화되는 수도 있지만 성경에서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게 될 때 정말로 새롭게 변화되는 것을 오랜 목회를 통해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그러려니목회를 한 것은 세계 70억의 사람들 중에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고 과거의 사람도 미래에 태어날 사람도 똑같은 사람도 없고 나와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섯 쌍둥이를 낳은 어머니는 누가 언니고 동생인지 안다고 언젠가 타임(Time)지에서 말했다. 동양에선 예부터 사람의 유형을 열두 짐승을 따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가지로 나누었고 관상도 본다. 50여년 목회현장에서 어디 같은 사람은 없었으나 비슷한 유형은 있었기에 그것도 그러려니로 넘겨버렸다.


70년대에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의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당회에서 장로님들의 의견이 다 다르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주장하므로 장로님의 말씀에 일리가 있습네다라고 대답하신다고 했다. 그래야만 당회가 조용해진다고 했었다. 사람만 아니라 교회 안에 다양한 일이 벌어져도 그것도 역시 일단 그러려니로 넘겨버리게 되었다.

약속시간 안 지키는 사람, 항상 예배시간에 늦게 오는 사람, 꼭 뒷자리만 아니면 이층 뒷꼭지에 앉는 사람, 음식대접하고 허세부리는 사람, 양복, 코트 등 옷해 입히고 나팔부는 사람, 설교 안듣고 성경 책장만 넘기는 집사 등등 별의별 사람들이지!

요한 사도의 눈에 으뜸 되기를 좋아하는 데메드리오”(요삼9)와 같은 유형이 있다. 나는 그런 교인을 오이형교인이라 보았다. 오이의 비타민 C는 다른 비타민을 파괴해버리기 때문이다. “사촌이 논사면 배가 아프다라고 속담이 있지만 목사에게 언제나 자기가 으뜸으로 대우받지 못하든가 달리 인기가 솟아오르는 다른 집사의 머리를 방망이로 내리치기 일쑤다. 그러다 못해 구리 장색 알렉산더(딤후4:14)가 내게 해를 많이 끼쳤다고 바울사도가 언급한 유형으로 변한다.


앞에서는 얄개처럼 알랑방구끼다가 쑥떡 먹고 당짓는 것과 수군수군”(고후12:20)하고 돌아서서 고슴도치교인으로 변해 찌르기도 하고 일구이언”(딤전3:8)으로 말 바꾸기 야누스의 두 얼굴도 보았다.

조선시대의 3대 간신 이이첨, 유자광, 이완용처럼 삽살개 꼬리치다가 여우꼬리 내리고 돌아서서 뒷다리 무는 꼴은 끈질기게 물어뜯는 악어보다 더 얄밉다. 허참 별꼴도 있었지! 그래도 그러려니!”

목사님, 군대에서 무슨 계급으로 제대했어요?” “어쩌다가 일반하사로 제대했지요그는 고위 장교로 제대했으니 아마도 너는 나의 졸병부하니 알아서 처신해야지하는 듯 싱긋이 웃었다. 한번은 목사님, 일반 목사는 목동이고 예수님만이 목자장이지요!”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는 목자도 아니요 목사도 아니라 목동이니 앞으로 까불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듣고 속으로 그러려니”. 초등학교 졸업할 때 김운학 담임선생은 중학교 들어가면 새로운 시집살이 3년을 비유했다.

색시가 시집가면 알아도 벙어리로 3, 보아도 못 본즉 소경으로 삼년, 들어도 못 들은즉 귀머거리 3, 그래서 석 3년을 잘 지내면 10년째는 시집살이 끝난다고 했다.


목사는 머슴살이나 시집살이인가? 어떤 교회 목사님 비서와 전화로 얘기하던 중 목사님이 누굴 가장 두려워하는가?” 했더니 사실 목사님은 일반 교인이 아니고 집사님과 장로님인데 그것도 목사 감시하는 검사형과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안 떨어지고 피빨아먹거나 악어처럼 끈질기게 물어뜯는 장로 집사를 제일 무서워해요.

그런데 일이 생기면 핫바지 방구 새듯이 줄행랑치거나, 벙어리 되어 눈만 껌벅껌벅 거리며 뒷짐지고 상관없는 측 미꾸라지 같이 살짝 빠지는 멍청이를 곁에서 볼 때 정말 속상해요

아이쿠 참말로 와거카노!”했더니 그녀는 전화기가 울리도록 웃었다.

나는 잘났어 잘났네 집사 장로님들!” 그것도 그러려니!”

/ 예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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