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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주고받는 재미생활

“하늘 붓 가는대로”-70

침례교단 문인들의 문예지 목산문학지에 계인철 동역자가 부탁하기에 아래와 같은 에세이 두 편을 보냈다.

한 편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몇 일 뒤에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집행을 당할 그리스도인 사형수가 살날은 불과 이삼일 밖에 없는지라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 앞에 해 놓고 갈 일이 무엔가 생각했었는데. 도무지 해야 할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형수 수감 독방에서 무엇을 하겠는가? 봉사하고 싶어도 봉사 받을 자도 없고. 그는 마침내 험하게 쓰던 자기 수감방을 깨끗이 하자고 생각한 뒤 바닥과 벽을 천정을 마르고 닳도록 닦고 문질러 광채가 나는 방으로 만들어 놓은 뒤 전기의자에서 마지막을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한편 에세이의 내용은 또 이런 것이었다. 나의 어머님은 촌노였고 일자 수식하되 귀로만 들은 예수천당 신앙으로 살다가 가셨던 모친인데, 교회마루바닥에 뒹구는 폐지처럼 된 낡은 성경책을 그냥 두고 보기에 민망해서 집으로 가져와서 어떻게 이 성경책을 대우할까 생각 끝에 묘안이 떠올랐지 뭐야?! 어머님은 그리스도 가정인 내 집에도 귀신 쫓아낼 양으로 성격책장을 한 장씩 찢어서 벽에도 붙이고 대문에도 붙였던 것. 왜냐하면 성경에 예수 이름으로 귀신도 쫓고 병도 고친다니까 땅에 버릴 성경책이라면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 성경책에 대한 예우요 또 하나님 기뻐하실 일이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촌에서 귀신이 나타나서 이사도 잘 못하고 집수리도 하기 어려워할 때 인지라 비그리스도인이 이것을 보고 귀신 들렸다 하면 어머님을 찾아와서 성화댁, 그 성경책장도 떼어 줄 수 없겠소? 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자기들도 귀신 나올법한 곳에 폐지 성경책 종이를 붙여 귀신 쫓을 복을 받자는 것이었다. 신학자기 아니더라도 그것은 무속적 신앙 같지요. 그러나 속심(內心)을 보아주면 어떻겠소. 대강 위와 같은 글을 계인철 목사에게 실어 달라고 주었더니 그는 거절하지 않고 좋기만 하요하면서 Comment를 보내왔기에 아래에 실어본다. 나의 Essay 보다 그의 Comment가 문학적인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잔잔한 물결은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고 거세게 삼킬듯 밀려오는 큰 파도만 기억하곤 합니다. 목사님의 에세이는 큰 파도 같지 않으나 마음 속 깊은 곳으로 흘러드는 잔잔한 물결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님을 위한 일이라고 하면 어떤 큰 일, 엄청난 일, 놀라운 기적 같은 일만 생각합니다. 주님이 그런 것만 기뻐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외적인 거대함 보다는 내적인 거대함을 원하신다는 것을 목사님이 보내주신 한 그리스도인 사형수의 아름다운 끝맺음에서 발견하며 제 스스로 다시 깨닫습니다. 사실 한 동안 잊혀졌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너무 큰 것을 기대하고 외쳤던 것 같습니다.주님의 바라심과 참된 신앙과 헌신은 꼭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요. 그가 있던 작은 공간을 주님을 위해 마지막으로 드리는 그 마음, 그것이야말로 과부의 두렙돈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이 멀리 계시지 않듯이 주님을 위한 일도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재발견하게 하는 귀한 글 감사합니다. 목사님의 어머님의 순수하시나 확신에 찬 믿음의 모습은 무릎을 치게 하는 감동 그 자체입니다. 그것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은 저에게 반성을 하게 하였습니다. 목사님이 글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어머님의 행하심이 무속의 연속, 소위 말하는 무속적 신앙의 하나라고 여겼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하기 좋고, 비판하기 좋은 꺼리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목사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주님의 마음은 어머님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하신 어머님 아래 훌륭하신 목사님은 당연한 하나님의 은혜라 여겨집니다. 비판보다는 분별에 시선을 두면서 살겠습니다.


항상 귀한 것으로 가르침을 주시는 목사님의 사랑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섬기겠습니다. 귀한 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늘 주 안에서 건강하세요. 우리교단 안에 계인철 목사와 나의 관계는 교단에 흔해빠진 정치적인 것도 경제적인 것도 아닌 글로 주고받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다는 현장이 여기 있음을 비쳐주고 싶어서 무던한 필을 들었던 것이다.

 / 水流(수류) 권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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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땅에 평화의 주님이 오셨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누가복음 2:11) 주님의 은혜가 우리 모든 침례교 가족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과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심으로 이뤄진 놀라운 역사입니다. 특히 영원한 심판의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우리를 위해 그 분은 희망의 메시지, 회복의 메시지,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셨습니다. 그 분이 바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 감격의 순간을, 복됨의 순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진정한 이 땅의 왕으로 오신 분은 가장 낮고 천한 자리에 오셨지만 온 인류의 구원자로 오신 것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2023년 바쁘고 어려운 한 해를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보내고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있습니다. 모두가 참으로 많이 수고하셨고 애쓰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은혜이고 감사임을 고백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침례교 총회는 교단의 미래를 생각하며 준비된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단 전체 교회들의 생각과 의중을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이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