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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고 했지요

“하늘 붓 가는대로”-72

이웃 종교로부터 빈 수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전한 내용이 없으니 어떻게 한다냐? 밤낮 설파해봐야 뻐한 그 말이 그 말이고 그래서 내용이 따분한 종교의 생리, 그냥 있을 수 없으니 뭔가를 내보여야 하기도 하겠고 그래서 전통문화니 뭐니 이름을 붙여서 행사를 하고 있는데, 약수터 약수 이야기, 천사가 내려와서 마시고 비상천했다는 전설이야기, 풀잎 뜯어 녹차 만드는 묘한 차 만들기, 거기다가 어떻게 차를 마서야 하느냐는 다도(茶道) 강습, 전통주 만들기에 이어 전통 된장과 고추장 만든다고 늘어진 항아리의 행렬들. 찬란한 문화유산이라고 건축 색채 그리기, 고전전인 한국 전통적인 춤 이야기, 불교의 여승의 승무(僧舞)는 유명한 춤이요, 그 묘사는 대단한 시(時)였다.


그 한절을 여기에 소개하면 이런 것이렸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파르라니 깍은 머리 / 박사(薄紗)고깔에 감추오고 /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조지훈

나는 어린 시절 아스팔트가 아닌 흙과 자갈로 이어진 소위 신작로(新作路) 길 위에 황소가 끄는 수레를 익히 보면서 살았다. 빈 수레는 유난스럽게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그 위에 빈 드럼통이라도 싣고 가노라면 정말 요란스러움의 극치다. 마음 착한 아저씨가 수레에 타라고 하면 조무래기 어린 것들이 만고호사를 다 하고 귀가할 때는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그 때 무게가 나가는 수레는 조용해졌다.


오늘날 교회에 무슨 행사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몇몇 교회들의 목회자 모임에는 볼링대회니, 족구대회니 해서 준비위원장에 각 파트 책임자, 거기다가 고문까지 사진과 이름을 넣어 신문광고에 대서특필로 내지 않나, 성도들 보기에 딱하고 민망할 정도다.
교회가 행하는 이벤트를 보면 이게 세상인지 교회인지 분간이 안 간다. 카페라는 것을 굳이 나쁘다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교회당 입구에 커피숍, 빵집 냄새가 나는 분위기는 기도할 마음보다 커피 마실 마음부터 생기게 한다. 무슨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그렇게 많은지 경로우대 환영 만찬회니 온천관광우대 경로대접이니 하는 것이 거기에 속해 있고, 교회의 임무 중에 봉사라는 것이 있지만 초대교회의 봉사는 병들고 가난한 자에게 만져 주고 쌀 주는 단순한 행위였건만 지금의 봉사는 교회의 색깔을 보이기 위한 것이 되었다. 단기선교라? 그 기간에 뭘 한다고? 성경에 단기선교란 말은 없다. 선교도 교회의 빛깔내기식이라면 그만 둬야 한다.


이웃 종교들이 얼마나 전할 내용이 없는 텅 빈 종교이기에 외부행사로 명맥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싶은데, 그 시선을 교회로 돌려보면 저 교회가 저렇게 전할 것이 없어서 저런 이벤트를 하고 있나 싶어서 한숨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참 복음을 지녀서 전도의 부채감을 느끼는 노목의 한탄지성(恨歎之聲)일지도 모른다. 그냥 복음 선포하기에도 해가 짧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충고하고 싶다. 복음이 있는 교회는 요란스럽지 않다. 행하기는 하지만 안 행하는 것 같이 행한다.
새가 날아갔건만 숲은 조용하다. 선교도 전도도 요란스럽게 하면 그것이 다 빈 껍질이 아닌가 모르겠다. 복음이 없는 교회가 더 요란스러운 것은 우리는 알고 넘어가자. 문제는 그런 교회로 사람들이 몰려 든다는 데 아찔함을 느낀다.

 / 水流(수류) 권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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