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약 2000만 명의 아이들이 이혼한 부모 사이를 들랑거린다. 우리나라는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해 이혼건수는 10만7300건. 현재 우리나라의 이혼한 부모 사이를 오가는 아이들도 꽤 만만치 않음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이 숫자를 세는데 아이, 청소년, 청년 등의 구별은 중요하지 않다.
이혼이라는 단어 앞에 모두가 결손가정의 일원일 뿐이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 아이는 부모의 선택에 따라 자신의 삶의 환경이 바뀐다. 어떨 때는 평일에, 주말에, 방학에 부모사이를 오갈지 모른다. 이 책은 미국의 이혼한 자녀들의 정기적인 교대시간이(Switching Hour) 아이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다루고 있다. 즉 이렇게 부모가 갈라져 만든 두 가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시간들이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독자들이 상상했던, 간접적인 공감을 넘어 아이들에겐 너무 자책하며 끔찍하고 감당할 수 없는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교대시간 △기다리고 바라던 시간 △간절히 바라지만 오지 않는 시간 △오지 말았으면 하는 시간들 △피하고 싶은 시간 △하나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 △되돌아보는 교대시간 △아이들을 돕는 길이란 소제목 등 여덟 장으로 이뤄져있다. 각 장에서는 교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다.
먼저 교대시간은 아이들이 경험하는 상실과 변화 그리고 부모사이에서 계속 옮겨 다니는 것 등에 대해 다룬다. 교대시간이란 말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아이가 한 부모에서 다른 부모로 교체될 때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뜻한다.
이 말은 더 이상 서로 함께 하지 않는 부모와 살아가야 하는 자녀의 삶, 이로 인해 자녀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상징적 혹은 압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기다리고 바라던 시간은 아이들이 최근에 방문하지 않은 아빠나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다시 그들을 만나는 시간이 다가오면 안달하는 내적 흥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나는 아주 외로울까요”, “내가 함께 사는 아빠(엄마)에게 상처를 주게 되면 어떡하죠”, “나는 왜 항상 슬플까요”
또 간절히 바라지만 오지 않는 시간에서는 이혼한 아빠나 엄마를 전혀 볼 수 없는 아이들의 감정과 경험을 실었다. 고통스러운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갈망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부부 사이의 약속 파기가 남을 신뢰하거나 위험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오지 말았으면 하는 시간들에서는 아이들이 자신과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를 만나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서 논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갖는 걱정과 두려움의 경험이 나열돼 있고 부모의 재혼, 동거 다시 이어지는 이혼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탐구하고 있다.
피하고 싶은 시간은 일상적인 생활처럼 돼버린 교대시간과 함께 자라온 아이들이 결정해야 하는 선택들에 대해 꼼꼼히 다뤘다.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서로 다투는 부모님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교대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나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부모님 사이를 의무적으로(?) 방문하는 이 생활을 끝낼 수 있을까” 그리고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청년으로서 그들이 내릴 결정들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하나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와 그들의 부모의 신앙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되돌아보는 교대시간은 교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과 십대 청소년들이 잘 견디며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다른 방법들에 대해 알아본다.
끝으로 아이들을 돕는 길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란 중요한 질문들에 실제적인 아이디어와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생각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이 책의 저자 플레스버그 박사는 부모, 조부모, 교사 그들을 돕고자하는 상담사들에게 아이들의 무거운 짐과 두려움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 책은 모든 가족 교사 그리고 돌봄 제공자들이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자신의 배우자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이한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