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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좋은 시

백동의 새벽편지- 12

낮과 밤의 일기 차가 심하다. 낮에 뜨겁던 날씨가 새벽엔 찬 기운까지 돌아 이불이 생각나게 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신다. 이곳 진도에 비가 오지 않아 늦게 벼를 심어 이제 좀 자라나고 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물속에 잠겨 있는 뿌리가 겨울인 듯 착각하여 열매도 맺지 않고 썩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을 때에 심고 추수할 때에 추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 때가 있다는 말이다.  

 

어느 비가 오는 날이었다. 차를 운전하여 산 비탈길을 가는데 산 아래에 차들이 많이 모여 있다. 눈 여겨 보니 누군가 산 위에서 장례를 치르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겠구나 생각을 하며 지났다. 몇 일이 지난 화창한 어느 날 비슷한 장소를 지나가는데, 마찬가지로 차들이 길가에 서 있고 산 위에서 묘지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문득 몇 일전 비가 오던 날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쓴 웃음과 함께 입에서 기도의 소리가 나왔다. “주여 좋은 날 좋은 시에 주님 앞에 가게 하소서.” 그리고 마을에서 한글학교를 하며 어르신들과 함께 불렀던 노래가 생각났다.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빗속에 장례식을 하려니 누워 계신 고인이야 모르겠지만, 비를 맞으며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심난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속으로라도 한마디씩 하지 않을까?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고, 기뻐하며 일할 리 없지 않은가? 살아있을 때에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죽어서까지 사람 귀찮게 한다고 욕을 할 듯싶은 마음이 생기니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께 요청 드리고 싶다. “좋은 날 좋은 시에 가게 하소서.” “죽어도 예배드리다가 죽고 싶어.” 수시로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소리가 생각났다. 그 소리를 들으셨는지 주일 예배 드리고 삼 일을 자리에 누워계시다 편안히 안식하셨다. 죽어서까지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끝까지 사람들의 입에서 좋은 소리 안 나오게 해서는 안될 텐데 생각한다.


좋은 날 좋은 시는 날과 시간만이 아니다. 침례교의 어느 목사님이 많은 유혹이 있으실 텐데 어떻게 이기십니까?”라는 물음에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나중 잃어버렸을 때의 처참함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대답하셨다. 좋은 날 좋은 시는 있을 날과 떠날 날, 머물 자리와 일어날 자리 그리고 만날 때와 헤어질 때를 말하기도 한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고 전도서 기자는 고백한다(3:1). 그리고 11절에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고 기록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가장 좋은 때 좋은 시간이요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돈도 필요할 때 있어야 돈이다. 예수님의 일꾼도 주님이 원하시는 자리, 필요한 곳에 있을 때 쓸모가 있고, 어디에 있느냐 보다 필요한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 주님께서 곳곳에 세우신 교회들이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좋은 날 좋은 시에 멋지게 쓰임 받기를 기도한다. 형들의 손에 의해 우물 속에 들어가고 종살이 하고 그리고 감옥에 갇혔던 요셉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므로 그 모든 순간을 가장 좋은 때 좋은 시간으로 여기고 또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다”(50:20)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지금 나에게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가장 좋은 날 좋은 시로 여기고 만들어 감사하며 주님께 영광이 되기 소망한다.  주님, 지금 나에게 가장 좋은 날 좋은 시를 주셔서 감사하게 하시고, 좋은 날 좋은 시에 주님 만나게 하소서.


김태용 목사 / 백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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