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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식

‘도한호 목사의 목회와 상식’- 139

일본의 작가 구리 료헤이가 1989 년에 발표한 우동 한 그릇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1972년 섣달 그믐날 저녁, 도쿄의 북해정이라는 음식점에 한 어머니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들어가서 우동 한 그릇만 시켜도 되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물론 된다고 대답하고 우동 한 그릇에 젓가락 세 개를 놓아 줬다. 그 후 그들은 섣달 그믐날 저녁마다 그 식당에 가서 우동 한 그릇을 주문했고 주인은 그때마다 몰래 소바 1인분 반을 더 올려줬다. 그런데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어느 해에는 우동 두 그릇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에 식당 주인은 어머니가 두 아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부인의 남편이 직장에서 사고를 일으켜 죽으면서 여덟 명이 다치고 회사에도 큰 손해를 입혀서 그 가족은 십여 년 동안 일해서 그 날 빚을 다 갚고, 기념으로 우동 두 그릇을 주문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 북해정식당에는 그 가족의 발길이 끊어졌다. 그러나 그 식당은 섣달 그믐날 저녁마다 손님이 아무리 많아도 그 가족이 앉았던 자리에는 예약석팻말을 붙여서 비워놓고 그 가족의 사연을 알고 있는 단골손님들과 함께 그 가족을 기다렸다. 그런데 십 수 년이 지난 어느 해 섣달 그믐날 같은 시간에 그 어머니와 양복을 잘 차려입은 두 아들이 식당에 나타나서 피차 인사를 나누고 나서 우동 세 그릇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사연인즉, 그들이 북해정에 오지 못한 것은 시가 현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이었고, 그동안 큰 아들은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소아과 의사가 됐고 작은 아들도 사회에 진출했다고 한다.

십여 년 동안 애타게 그 가족을 기다려온 단골손님들의 기쁨도 대단했다. 우동 값이 올라서 한 그릇에 200엔이 됐지만 주인은 처음 그들이 와서 한 그릇을 세 사람이 나눠 먹을 때의 값으로 150엔이라고 하고 450엔을 받았다.


갑자기 우동 한 그릇이 생각난 것은 일전에 있었던 언짢은 일 때문이다. 딸네 식구들과 함께 유성의 수통골 부근에 있는 한 음식점에 갔는데 예약이 필요없다고 말하기에 그냥 갔더니 여섯 사람이 세 사람씩 따로 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기는 했으나 이번에는 주인이 와서 한 상에 갈비 3인분씩을 주문하지 않으면 상을 차려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좌판에 앉아서 십 원짜리 국수도 사먹어 보고,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이렇다하는 레스토랑과 호텔에 식당에도 가보았지만 메뉴를 제한하고 그만큼 주문하지 않으면 상을 차려 줄 수 없다고 하는 식당은 난생 처음 봤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불쾌한 일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교회 생각이 났다. 때로는 교회에서도 주차 요원의 메뉴, 안내자의 메뉴, 설교자의 메뉴가 고객(?)에게 강요된다. 더 좀 사려 깊어야 하겠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제일 값싼 돈부리(고기덮밥) 하나를 주문하는 손님도 말고기 육회에 고급 사케를 주문하는 고객과 꼭 같이 대우하는 것이 일본인의 직업의식이다. 그것은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친절이건만 우리에는 그것마저 부족해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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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땅에 평화의 주님이 오셨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누가복음 2:11) 주님의 은혜가 우리 모든 침례교 가족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과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심으로 이뤄진 놀라운 역사입니다. 특히 영원한 심판의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우리를 위해 그 분은 희망의 메시지, 회복의 메시지,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셨습니다. 그 분이 바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 감격의 순간을, 복됨의 순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진정한 이 땅의 왕으로 오신 분은 가장 낮고 천한 자리에 오셨지만 온 인류의 구원자로 오신 것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2023년 바쁘고 어려운 한 해를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보내고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있습니다. 모두가 참으로 많이 수고하셨고 애쓰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은혜이고 감사임을 고백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침례교 총회는 교단의 미래를 생각하며 준비된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단 전체 교회들의 생각과 의중을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이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