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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성에 관하여

도한호 목사의 목회와 상식-142

현대인은 매사를 지루하게 생각한다. 해마다 새로운 모델의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첨단기술을 탑재한 승용차와 가전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생각해보면 새로운 서비스와 편리함을 제공하기보다는 사용자들의 권태를 달래기 위함인 것 같다. 우리의 일상생활, 뉴스도 지루하고 정치도 지루하고 사드도 지루하고 김정은도 트럼프도 모두 지루하다.


지나간 천여 년 동안 기독교 문명이 찬란하게 꽃피었던 서유럽에서는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서 현상 유지조차 어려워져 두 세 교회를 하나로 통합 하고, 그래도 안 되어서 아예 문을 닫고 매각해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교회가 헐리고 그 자리에 모스크가 세워진 동영상을 시청하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못해 비참하기까지 하다. 신자들이 왜 교회를 떠날까? 믿음이 없어서일까?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교회가 천여 년 동안 답습해 온 성서일과(聖書日課)에 의존한 감동 없는 예배와 복음이 빠진 설교가 신자들을 권태롭게 만든 것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 가운데서도 북미주와 특히 한국 교회에서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는 것은 특별한 은혜이다. 그러나 최근에 보고된 한 교회사학자의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교회에서도 근래에는 복음과 선교 이외의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신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한 참 전에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대학 후배가 출석할 교회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부근의 한 교회를 소개해줬다. 몇 년 후에 우연히 그를 만나서, 그 교회 잘 나가느냐고 물었더니 “어휴, 아니요. 다른 교회에….” 하면서 손사래를 치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필자가 추천했던 그 교회는 목회자의 말이 길어서 설교를 하는지 광고를 하는지 잡담을 하는지 구분이 되지 않고, 교회에서 행사가 있기라도 하면 겨울에도 밤 10시나 11시까지 계속 되는 등 매사가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이 단지 목회자의 장황한 말과 절도 없는 예배 때문이라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사사로운 대화든, 설교든, 간증이든, 기도든, 간결해야 전달성이 있다. 그런데 필자가 말하는 간결성은 설교와 기도를 짧게 해야 한다든가, 찬송가를 적게 부르라는 의미가 아니라, 불필요한 말을 삼가하고 중언부언해서 스스로 은혜를 감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예배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언행이 간결하면 어디서나 환영 받고 누구에게나 참신한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사회자는 주관자가 아니라 인도자이며, 해설자가 아니라 진행자이다. 유럽 일부 지역의 형식주의와 복음이 빠진 설교가 신자를 떠나게 하는 것과는 반대로 한국 교회에서는 복음은 충실하되 지나치게 자유로운 예배가 오히려 교회와 신자들 사이에 괴리(乖離)를 만드는 것 같다. 예배의 근본은 경건성이다. 예(禮)를 지키고 절도(節度)를 가지라. 장황하면 하품하고 간결하면 귀 기울인다. 젊은 목회자들이 특히 유념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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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땅에 평화의 주님이 오셨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누가복음 2:11) 주님의 은혜가 우리 모든 침례교 가족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과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심으로 이뤄진 놀라운 역사입니다. 특히 영원한 심판의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우리를 위해 그 분은 희망의 메시지, 회복의 메시지,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셨습니다. 그 분이 바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 감격의 순간을, 복됨의 순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진정한 이 땅의 왕으로 오신 분은 가장 낮고 천한 자리에 오셨지만 온 인류의 구원자로 오신 것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2023년 바쁘고 어려운 한 해를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보내고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있습니다. 모두가 참으로 많이 수고하셨고 애쓰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은혜이고 감사임을 고백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침례교 총회는 교단의 미래를 생각하며 준비된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단 전체 교회들의 생각과 의중을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이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