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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보다 더 나은 평신도

김종훈 목사의 목회이야기-87

목회자보다 더 나은 평신도. 이 생각은 목회를 하면할수록 더 진해져 가는 생각이다. 진실로 난 우리 성도들이 존경스럽다. 그들 믿음에 늘 감탄한다. 그런데도 난 오늘 목회자란 이유 하나로 그들 앞에 선다. 대체 뭘 가르칠 게 있다고? 되레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내가?
이 생각은 지난 주 심방한 한 가정에서도 확인했다. 30대 젊은 나이에 오랫동안 깊은 병치레로 몸과 마음이 지칠 법도 한데, 이미 몇 차례 수술로 이젠 병원 가는 것조차 겁날 텐데, 얼마 후엔 또 신장이식수술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런데도 그 앳된 얼굴에 밝은 미소와 깊은 평안을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위로하러 간 심방이었지만 위로는 내가 받고, 힘내시라고 간 심방이었지만 힘은 내가 얻고, 기도해드리러 간 심방이었지만 격려는 정작 내가 받았다. 그녀는 내 덕분에 평안을 얻었다지만 솔직히 그녀 덕분에 내가 평안을 얻었다. 예배하는 내내 그녀는 나 때문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지만, 난 그 모습 때문에 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뭐지? 과연 난 그럴 수 있을까? 저 상황에도 저런 평안함 가질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 믿음은 목회자인 나보다 훨씬 더 나아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내가 말을 안 하겠다. 그 딸과 어머니는 그 고통스러운 병원 생활 중에도 무료하게 시간만 보낸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복음 전하는 일도 열심히 하셨단다. 
“전도는 하고 싶은데 말주변이 없어서”라며, 그 대신 전도의 내용을 ‘말씀 사탕’(속에 말씀이 적힌 종이를 넣고 겉은 예쁜 한지로 사탕 모양을 만든 것)으로 만들어 환자들에게도,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도 친히 나누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딸은 그 아픈 중에도 말씀을 찾아 정하고, 남편은 프린트를 해주고, 어머니는 포장을 만들어 전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정말 많은 환자들이 힘과 위로를 얻고, 의사와 간호사도 좋아하고, 심지어 불교 믿는 이들까지도 잘 받더란다. 그렇게라도 복음을 전할 수 있음이 너무 감사하다는 고백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자기 한 몸 가누기 힘든 환자임에도 다른 환자를 말씀으로 위로하려 했고, 자신을 치료해주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까지도 말씀으로 복음을 전하려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절대로 그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한 때 수술을 위해 장기간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했다. 아니 그럴 생각도 못했다. 왜? 내가 너무 힘드니까. 오직 내 건강에 대한 염려밖에 없었으니까. 날 누가 위로해주기만을 바랬지 내가 남을 위로하고 격려할 생각은 못했었다. 그러니 그 모녀의 믿음이 얼마나 내게 도전이 되었겠는가? 그렇게 심방을 끝내고 되돌아 나오니, 내 마음이 참 좋다. 그렇게 믿음으로 오늘을 사는 성도들이 있음이 행복하다. 어디 그들뿐이랴.


내가 다 심방해보진 않았다만, 많은 우리 성도들도 그렇게 믿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그만 가게지만 반드시 기도로 하루의 문을 여는 성도, 그 피곤한 하루 일과를 끝내고도 들어와 자녀들과 가정예배를 인도하는 가장(家長), 피할 수 없는 직장 술자리 회식에서도 굳건히 지혜롭게 믿는 자로서 대처해나가고, 세상의 유혹도 요셉처럼 끊고, 피할 수 없는 고난도 다니엘처럼 기도로 해결해나가는 성도,
분명 오늘 주일에도 약속이 있을 텐데 과감히 끊고 예배 자리를 선택하여 나오시고, 그 고단한 중에도 맡겨진 봉사의 일도 최선을 다해 섬겨주시는 성도, 그런데도 이 부족한 사람이 전하는 말씀에 귀 기울여주시는 겸손한 성도.  분명 목회자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성도들이다. 바로 이들 덕분에 오늘도 나는 힘을 낸다. 이런 글까지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