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의 공간, 계단에도 쉼이 있다 오르고 오르다 숨이 찰 때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쪽잠 같은 쉼터, 잠시 숨을 고르고 오르다 보면 또다시 나타나는 배려의 공간, 휴식의 공간, 오르는 자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공평한 공간, 계단을 오르다보면 희망이 보인다. 계단은 ‘높이가 다른 두 곳을 이어주는 발걸음의 수직이동 수단’이다. 계단은 내려가는 것보다 위로 오르는 의미가 강하여 예로부터 ‘상승, 초월, 새로운 존재론적 수준으로의 이행’이라는 상징을 내포한다. 계단은 단, 난간, 계단참 등으로 구성되는데, 단은 치수 각도 크기 등을 안정하게 하여 오르내림에 무리를 없애고, 난간은 발을 헛디뎌 추락할 위험을 방지하며, 계단참은 오르는 이의 휴식과 방향전환을 제시한다. 오르고 오르다 숨이 찰 때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쪽잠 같은 쉼터 계단참, 잠시 숨을 고르고 오르다 보면 또 다시 나타나는 배려의 공간, 휴식의 공간, 오늘도 또 하루의 계단을 오른다. 오르는 자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공평한 공간, 계단참은 그렇게 우리의 기적이 되고 우리의 희망이 된다.
여기가 어디인가? 그 자리인가? 묻고 또 묻는 길에 대하여 빛은 일렁인다 지금이 언제쯤인가? 그 시점인가? 묻고 또 묻는 시점에 대하여 빛은 반짝인다 내가 있는 이곳 이 순간에서 당신 향하여 나는 묻고 또 묻습니다 바닷가 거닐면서 당신 냄새 당신의 소리 들리는 그리움 사무쳐 묻고 또 묻는 나에게 덜 깨어난 일출의 빛 작은 파도 움직임 따라 물들이는 모래 위에 당신 흔적 순간순간을 따라 나는 오늘도 걸어갑니다 시인은 '크리스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시집 '나팔꽃 당신' 등을 출간했고 현재 부평중앙교회를 섬기고 있다.
고개 떨군 물 한 방울 아래로 아래로 얼룩지다 얼음 한줌 만나 눈가루 되었다가 햇살 한줌 만나 빗방울 되었다가 꽃잎 위에 내려앉아 무지개로 피어났네 물의 행성 지구는 70% 이상이 물이다. 물은 수증기로 공기 중에 떠 있기도 하고, 비처럼 땅으로 내리기도 하고, 이슬처럼 방울 되어 맺히기도 하고, 서리나 눈처럼 얼음 결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몸 역시 70% 이상이 물로 이뤄져 있다. 물은 슬프거나 기쁠 때 눈물로 흐르기도 하고, 노력하거나 수고할 때 땀이 되어 젖어들기도 하고, 넘어지거나 부딪힐 때 피로 맺히기도 한다. 수많은 물방울들로 이루어진 물의 세계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우리들의 세계와 닮아 있다. 어느 날 문득, 눈물로 얼룩진 무릎을 바라보며 지구의 70%의 물과 사람의 70%의 물을 시로 연결시켜 봤다. 아주 작은 물방울이지만 꿈을 잃지 않고 흐르다가 마침내 꽃잎 위에 내려앉아 무지개를 피워내듯, 우리의 날들도 마침내 무지개로 피어나기를….
시내 산 일출을 보겠다고 새벽에 오를 때 아침 햇살에 붉게 빛나던 바위가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기억에 남는 건 손에 잡힐 듯 반짝이던 별이었다 미세먼지와 도시조명으로 잃어버린 별 오늘 밤 여름 대 삼각형은 혹시 보일지 몰라도 은하수 강 흩뿌려진 별들의 향연은 없다 꽃보다 청춘들이 여행한 아이슬란드 황홀한 오로라 커튼보다 아름다운 거기 TV 화면에 눈에 익은 별자리 크리스마스 카드에 빛나는 탄생 별 아기 예수가 오늘 한국에 오셨다면 동방박사는 별을 보지 못해 경배할 수 없었겠지 별이 없는 하늘 아래 조명은 빛나고 길을 묻는다 우리가 경배해야 할 왕은 어디에~! 시인은 ‘한맥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자유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하루에 점심을 다섯 번 먹는 사람 그래서 배가 불쑥한 사람 밥을 다 먹었어도 밥을 먹는 중이어도 방금 막 첫술을 떴어도 “점심 먹었어?” 전화 속 너머 그 한마디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 정말 밥을 먹고 싶을 수도 혹은 너무 말이 고플 수도 혹은 눈물로 출렁거릴 수도 있을 그 숱한 머뭇거림을 헤아리며 버선발로 뛰어가 밥을 사는 사람 그래서 배가 불뚝 나온 사람 하루에도 점심을 다섯 번 먹는 사람 누군가를 위하여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많은 일로 시각을 쪼개서 써야만 하는 이에게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곁에는 누군가를 위하여 기꺼이 언제든지 시간을 내어주는 이가 있다. 바로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여기 하루에도 점심을 다섯 번 먹는 사람이 있다. 어찌 점심뿐이겠는가? 정말 밥을 먹고 싶을 수도, 혹은 너무 말이 고플 수도, 혹은 눈물로 출렁거릴 수도 있을 그 숱한 머뭇거림을 헤아리며 버선발로 뛰어나와 그들과 함께하는 고마운 사람! 지쳐 낙망하고 있을 마음에 용기를 주며 시간을 나누었던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힘 있게 도약할 수 있다.
맑은 하늘 금시 비바람 몰아치는데 우산 하나 받쳐 하늘을 가리려 하고 무에 그리 바빠 헤어날 수 없는 미련한 외톨이 된 줄 모른 채 언제나 조급한 마음 서둘러 설레발을 치는구나 하늘이 네게 기도하는 시간을 주시는 것을 비 오는 날은 비를 맞고 걸으며 골몰하는 세상일 젖혀두고 한 번쯤 선 자리도 돌아볼 줄도 알아야지 자갈밭 핑계 쭉정이 타작 마당에 선 초라한 내가 보고 싶지 않아 나의 가을은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거룩한 분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한맥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 ‘바다로 가지 못한 어부’ 등이 있다.
달맞이꽃 서글픈 이들이 쪼그려 앉은 밤, 시들어가는 그들 곁에 다가가 조용히 어깨를 감싸주는 포근한 꽃 밤이 깊으면 꽃 이파리 더욱 펼쳐 용기 주다가 동녘이 밝아오면 꽃잎 접어 서글픔도 사그라진다 위로하는 꽃 그러나, 때로는 아침이 와도 피어 있는 꽃 아직도 아파하는 그들을 위해 뜨거운 땡볕 마다치 않고 함께 버티어 주는 꽃 착한 꽃 따뜻한 꽃 엄마 닮아 강인한 꽃 습기가 가득 내려앉은 밤, 강줄기를 따라 잔잔하게 달맞이꽃이 피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달맞이꽃이 피었고, 어김없이 그 곁에 고개 숙인 한 사람이 있다. 이 늦은 밤에 왜 홀로 고개 숙이고 있는가. 하염없이 시들어가는 그에게 달맞이꽃이 말한다. “잡초라 부르며 뽑아버리는 이도 있지만, 소중하다 이름을 부르며 1년을 기다린 이도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풀을 귀하다 아껴주는 이가 있으니, 그러면 됐습니다. 알아주는 이가 있으니, 그러면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알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소중히 여겨주고 귀하다 말해주면, 그러면 된 것입니다.” 깊어가는 여름밤, “그러면 된 것입니다.” 다독이는 달맞이꽃의 울림이 고개 숙인 습기의 밤을 일으키고 있다 .
세월 따라가는 인생 늙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늙지 않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긴 세월과 함께 하는 사람 있고 짧은 세월에 버림받는 사람 있다 그래서 늙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래 살고 늙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오래 못 산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람은 늙을 자격이 있고 노인을 경시하는 사람은 늙을 자격이 없다 늙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상봉하솔(上峰下率)의 도리를 지켜 건강한 정신과 마음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그런 사람이더라 ※ 상봉하솔(上峰下率) : 웃어른을 모시고 처자를 거느림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자문위원, 한국동요음악협회 회원, 내혜홀아동문학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 한국기독교자도자협의회 회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밤이슬 맞고 자란 잡초가 아침 태양과 더불어 기지개를 편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잡초는 더욱더 무성하게 자란다 많은 사람의 발부리에 밟힐 뿐인데 그래도 부끄러운 것이 전혀 없다 한평생 살아온 생애가 길 가 모퉁이에 서 있어도 잡초는 더 푸른 초장을 이루어 간다 시인은 크리스천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역임, 목산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이여 현재 북광주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물, 꽃잎, 유리잔 안이 맑게 보이는 유리잔에 따뜻한 물을 따른 후 히비스커스 다섯 꽃잎을 적시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1초 2초 3초… 묵화처럼 번져가는 꽃잎 서서히 물들어 퍼지는 물결 기꺼이 내어주는 정다운 만남이 새로운 붉은빛을 만드는 어느 가을, 오후 책 읽는 시간은 참으로 평안하다. 그 책이 시집일 수도 소설일 수도, 철학책일 수도 과학책일 수도, 그림책일 수도 음악책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때마다 만나게 되는 저자와의 시간! 그들의 삶과 생각을 읽을 때마다 살아왔던 시간을 반성하게 되고 되돌아보게 되고 배우고 익히게 된다. 삶을 되돌아보며 차를 마신다. 안이 맑게 보이는 유리잔에 따뜻한 물을 따른 후 붉은 색 히비스커스 꽃잎을 적신다. 1초 2초 3초 … 물의 따뜻함에 자신을 내어주며 번져가는 꽃잎, 서서히 퍼지며 물들어가는 물결, 저자와 독자의 만남처럼 정겹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렇게 투명하면 좋겠다. 나의 내면을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고, 그의 내면을 보아도 부끄럽지 않는,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주는 빛으로 새로운 빛을 만들어내는 맑고 향기로운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인은 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아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