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김기현 지음, 죠이 북스) 이 책을 비유하자면 조기축구경기에 국가대표가 출전한 것이다. 인문고전 한 권을 읽었는데 100권을 읽은 느낌을 받게 한다. 만약 저자가 추천사를 부탁했다면 이렇게 썼을 것이다.
“사귀는 벗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듯이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생각은 보고 듣는 데에서 시작되어 행동을 이끌고 결국 삶으로 완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목회자는 더욱 보고 듣는 것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교회의 영적아비로 신령한 젖을 먹이고 선한 길로 인도해야 할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슬픈 현실은 좋은 책을 읽어 낼 시간 내기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더욱 인 문고전은 두껍고, 어렵다는 편견 가운데 손이 가질 않는다.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의 저자 김기현 목사는 목회자에게 필요한 책 읽기에 대해서 상냥 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당신의 설교가 청중에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읽기가 부족해서입니다.”
정말 뼈를 때리는 말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인풋 없이 아웃풋을 뽑아내려는 시도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때로는 “성령님 찬스”라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부족한 준비를 감추기도 한다.
목회자에게 책 읽기란 어떤 것일까? 저자는 읽기는 만남이라는 공통분모로 신학이 된다고 말한다. 즉 “읽기는 신학”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책 읽기는 곧 신을 읽는 것이다. 목회자가 책 읽기를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는 지식과 사람들을 알아가는 지식이 쌓일수록 선포되어지는 메시지는 풍성해지고 신선할 것임에 틀림없다.
본서는 목회자의 숙명인 독서, 즉 읽어냄에 대한 두 가지 문제와 함께 친절한 해답을 보여준다.
첫 번째 문제는 무엇을 읽어야 할지를 잘 모른 다는 것이다. 영화 “곡성”의 명대사인 “뭣이 중헌 디.” 라는 말처럼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쉽고 편안한 읽을거리만 찾는 것이다. 깊이가 없는 읽을거리로 시간들을 채운다면 곤고한 시간을 만났을 때 생각해야 할 힘을 낼 수 없게 된다.
본서에는 매우 친절하게 곤고한 날, 깊은 생각이 필요한 날을 위해 미리 읽어 두어야 할 책들을 보여주고 족집게 과외 선생님처럼 해당 도서의 정수를 뽑아서 떠 먹여 주고 있다. 1권을 읽는 데 100권을 읽은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저자의 탁월한 안내로 전혀 어렵지 않은 인문고전을 만나는 기쁨도 얻게 된다. 매 장마다 함께 읽을 책을 추천해주는 센스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 문제는 삶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이다. 목회자의 스스로도 정립되지 않은 삶의 문제와 다양한 성도의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함은 답답함과 동시에 삶의 의미와 목적을 생각하게 한다.
본서에서 저자는 15장에 걸쳐 삶의 중요한 키워드(생각, 읽기, 경건, 종교, 정치, 리더, 복종, 사랑, 쉼, 죽음, 믿음, 의심, 희생, 용서)를 정의하고 석학들과 지혜자의 생각을 모은 각각의 인문고전을 통해 우리의 생각의 지경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이 책이 주는 아이러니 중 하나는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본 제목의 고전인데 정확하게 그 책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감사하게 저자가 고전 하나하나를 요리해서 읽기 쉽게 만들어 놓았고 고민해야 할 것까지도 대신해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져온 뉴노멀의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인간을 아는 지식일 것이다. 한 신학자가 쏘아 올린 인문 고전 읽기의 작은 공이 곤고한 날을 살아가는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전해져서 삶의 본질과 의미, 그리고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군오 목사
유튜브 ‘목사의 서재’ 운영자
벨국제아카데미 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