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마르지 않는 물샘이 있어 언제나 우리 눈은 젖어 있어요 잔잔히 스며오는 맑은 물들을 오늘도 병에 담아 님께 올리니 하늘 정원 너른 자락에 골고루 뿌려 수많은 기도별을 피워내네요 반짝이는 기도별이 밤을 밝히니 어두웠던 깊은 밤에 새벽이 와요 스러졌던 마음들이 옷을 동이고 다시 한번 다시 한번 다짐을 하니 굽어졌던 무릎마다 새살이 돋아 수많은 기도꽃이 피어나네요 ‘눈물 병’은 눈물을 담아두는 병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것을 매우 소중히 여겼다. 크기는 7~20cm 등으로 다양했으며, 바닥은 평평하고 몸통은 호리호리하며 입구는 깔때기 모양으로 눈물을 받기에 적합했다. 집안이 부유한 경우에는 얇은 유리로 만들어진 병을, 가난한 사람들은 토기로 만든 병을 사용해 그들의 애절함과 간절함을 담아내곤 했다. 마음을 움켜잡으며 통곡하는 우리의 기도가 오늘, 눈물 병에 담겼다.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으므로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으므로. 모든 것을 맡기는 간절한 기도가 눈물 병에 고스란히 담겨 새벽을 흔든다.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깊은 어두움에 새벽이 찾아왔다. 그래. 일어나보자. 굽어졌던 무릎에 힘을 실어 다시 또다시, 다시 또다시!
바다 건너 불빛 하나를 보고 배는 떠났다 떠나온 바닷가 마을은 시야에서 멀고 푸른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데 파도의 높이는 점점 높아만 가고 산더미 같은 파도에 더, 이상 노를 저을 수도 없다 바람은 그칠 조짐도 보이지 않고 배는 넘어질 것만 같아 나 역시도 무서움에 떨고 있을 때 예수는 고물에서 잠자고 있었다 나는 그 지경에야 잠자는 예수를 깨웠다 예수가 잠에서 깨어나자 바다는 고요했다 나는 잠자는 예수를 깨우는 일만 했다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대전문인협회 이사이다. 공동저서로는 ‘삼인 시문학뜰’이 있으며 ‘문학의 실현’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입버릇처럼 아이들 병은 어른 탓이고 어른들 병은 자기 탓이라고 말한다 성인병을 잘못된 습관병이라고 하는데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건 누구 탓할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고 편한 것만 찾다가 제 맘대로 벌컥벌컥 화를 내면 쇳덩이 같은 몸이라도 견디지 못하고 병이 생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 꼭 병원에 가서야 깨닫게 된다 건강하게 사는 게 모두 습관에 달렸다 좋은 습관을 지키는 것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 시인은 강원문인협회 회원이며 춘천교회 원로목사이다.
빛이 되고 싶어요 나서려 하니 너만이라도 소금 되어라 말씀하시네 왜 매양 그늘로만 있어야 해요 빛나면 안 되나요 고개 떨구니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세상을 지킨 소금의 조용한 마음 닮으라 하네 소금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꼭 있어야 하는 물질이다. 나트륨과 염소로 이뤄진 소금은 우리 몸의 수분과 체액의 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영양소를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기도 하며, 세포 속의 더러운 물질을 새 물질로 바꿔 주기도 한다. 이러한 소금은 예로부터 아주 귀하게 여겨 고대 로마에서는 병사들의 월급을 소금으로 주기도 했고, 중국에서는 세금을 소금으로 내기도 했다. 또한 성경에서는 소금을 ‘하나님의 언약, 정결하고 성결한 삶, 소금의 맛, 친절하고 유익한 말, 부정한 것을 쫓아냄, 부패 방지, 녹봉, 황폐함’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소금의 존재는 때론 빛에 밀리기도 한다. 드러나 도드라진 빛에 비해, 소금은 스미며 녹아 그 흔적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때론 자신도 모르게 빛과 소금 중 빛을 선택하려 한다. 그러나 ‘너만이라도’라는 울림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너만이
상대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에게는 위로가 되고 나에게는 만족을 주는 우리 모두를 유익하게 하는 것 상처와 아픔이 있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긍휼이 절실하다 고통받는 사람을 바라보고 자비와 긍휼의 마음을 품자 하나님의 긍휼이 머무는 곳에 우리의 시선을 고정해 보자 아파하며 신음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연민의 감정을 느껴보자 세상에는 고통도 있고 불의도 있지만 바로 그곳에서 긍휼과 연민이 약동하고 하나님의 나라는 세워진다 함께 아파하며 긍휼의 길을 걸어가자 시인은 문산문학회 서기이며 현재 한밭교회를 섬기고 있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매듭을 풀었다 나의 매듭은 아래로 자라는 법이 없다 나의 매듭은 무거움을 떠받들고 마디 마디 하늘을 향해 자란다 이제, 잠시 긴 여름잠에 들려한다 헝클어진 실타래나 꽉 묶인 매듭을 푸는 것은 인내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풀려고 애를 쓰느냐 그냥 잘라버리지.’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 실은 너무나 소중하다. 그래서 시작한 도전!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헝클어진 실타래와 매듭은 무조건 풀기이다. 숨을 길고 깊게 들이마신 다음, 비장한 마음으로 꽉 묶인 매듭을 풀어간다. 손톱이 나가고 손마디가 아프다. 끝이 보이지 않아 확 내팽개치고 싶다가도 지금까지 들인 공이 아까워 또다시 매달린다. 우리의 삶은 매듭의 연속이다. 그 매듭은 풀어야 하는 것도 있고, 지어야 하는 것도 있다. 매듭을 풀면 안도감이 매듭을 지으면 성취감이 흔적으로 남아 대나무 마디처럼 하늘을 향하여 도약한다. 매듭을 풀어야 하는 이여! 매듭을 지어야 하는 이여! 하늘을 향하여 자라가라! 그대에게 쉼이 있으리니.
눈이 마음이 온통 어딜 보는가 멋진 거 맛있는 거 부한 거 귀한 거 편한 거 좋은 거 온통 쾌락 세상은 욕심은 온통 그리 향하누나 이제 돌아서 주를 향하여 눈이 마음이 온통… 시인은 목산문학회 서기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담양 성광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발자국을 남긴다 인생들이 발자국을 남긴다 어떤 사람의 발자국은 허랑방탕의 발자국을 남기고 어떤 사람의 발자국은 정직과 성실의 발자국을 남긴다 어떤 사람은 다람쥐처럼 맴도는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은 개미같이 최선을 다해 산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생 하루하루를 목적 있게 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발자국을 인생의 삶을 통해 남기게 하소서 인생의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오늘도 나는 발자국을 남긴다 시인은 ‘아동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목산문학회 사무국장으로 섬기며 소망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계절을 수놓는 시간 그녀는 바늘로 나는 언어로 조바심내지 않고 마음을 비우며 한 땀 한 땀 천천히 봄, 여름, 가을, 겨울, 꽃들이 속삭이는 사연을 담아 한 땀 한 땀 완성해가는 고요의 시간 그녀는 바늘로 나는 언어로 꽃이 좋고 자수가 좋아 이 두 가지를 함께 하는 자수 작가 이연희. 그녀가 야생화를 수놓으면서 바뀌게 된 가장 큰 변화는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을 사랑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꽃과 잎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줄기는 어떤 생김새를 하고 있는지, 구석구석 관찰하고 살피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한 설렘은 고스란히 시인에게도 전달되어 또 하나의 ‘꽃자수 수업’이 만들어졌다. 그녀가 바늘로 수를 놓는다면 시인은 언어로 수를 놓는 것,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 조바심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마음을 비우며 한 땀 한 땀 천천히, 꽃들이 속삭이는 사연을 담아 계절을 수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가을,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 가을이 속삭이는 사연을 담아 한 땀 한 땀 천천히…. 그녀는 바늘로, 시인은 언어로 그려본다.
우리가 하늘까지 높아지려기에 마지막 아담은 땅의 사람이 되시었다 저마다 으뜸이 되고자 하기에 그는 가까이 섬기는 자가 되시었다 모두가 첫째만 되려기에 그는 스스로 말째가 되시었다 너도나도 세상을 움켜쥐려 하기에 마지막 아담은 두 팔을 십자가에 벌리셨다 시인은 2008년 계간 해동문학(海東文學)에 시로 등단했으며 한국시조시인협회 주최 제31회 전국시조백일장에서 차상을 수상했다. 목산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예람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